2021.04.23
저도 안과 전공의 시절과 시력교정수술 전임의, 임상교수 등을 거치면서 비슷한 질문에 계속 고민했습니다. 나는 안경이 하나도 안 불편한데 그래도 굳이 수술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런 질문에 각막이 얇아서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둘러대곤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 라식, 라섹 수술의 안전함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안과의사들이 수술을 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식 수술의 발달과정을 계속 지켜봐 왔고 수술을 하고 있는 이상 수술 결과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지 안경이 불편하지 않았을 따름이죠.
하지만, 계속 많은 환자들을 대하게 되고 수술 후 느끼는 증상들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채 환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자니 그 자체가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환자들과 공감을 위해서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대에 누우면 정면에 깜빡이는 빨간 불빛이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밝은 불들이 여러 개가 보입니다. 깜빡이는 불만 보면 된다 생각하지만 수술 도중 자꾸 눈이 감기고 한 곳을 집중해 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면을 보지 못한다고 수술이 잘 안 되는 일은 없기 때문에 긴장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그 박동 때문에 고개가 같이 움직여도 상관 없습니다. 너무 긴장되어 고개를 완전히 돌리는 경우에도 레이저가 자동으로 멈추게 됩니다. 단지 편안한 마음으로 정면을 대충 본다는 생각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각막혼탁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마이토마이신을 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처리한 다음 스폰지에 묻혀 각막에 가볍게 문지르게 됩니다. 특별한 느낌은 없습니다.
레이저로 각막을 조사하게 되면 레이저 에너지에 비례해서 각막의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레이저 에너지와 각막의 온도상승은 향후 통증과 시력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너무 높은 에너지의 레이저보다 최소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레이저가 당연히 통증도 적고 결과도 좋습니다.
각막냉각의 과정은 통증 매게물질을 억제하기 위해 각막을 식히는 과정입니다. 수술 과정 중에 이 때가 가장 불편합니다. 온도가 매우 차갑기 때문이죠.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먹었을 때 또는 냉수로 머리를 감을 때 머리가 갑자기 아파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느낌입니다. 저도 이런 경험 이후부터는 머리가 같이 아플 수 있다고 수술 도중에 꼭 얘기 합니다.
제가 수술할 때만 해도 하이드로겔 렌즈를 착용했기 때문에 렌즈로 인한 불편함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리콘-하이드로겔 특수렌즈를 착용하면서 렌즈가 오히려 각막의 불편함을 더 없애주고 있습니다.
단지 조금 번져 보이고 뿌옇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물윤곽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저도수의 눈에서는 수술 전에 맨눈 시력하고 안경 시력하고 중간 정도입니다. 고도근시라면 상대적으로 더 잘 보인다는 느낌일 것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취가 깨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아파오는 것이 느껴지면서 겁도 좀 납니다.
그런데 첫 날은 그 정도에서 그만 그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첫 날 가장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첫 날보다 둘째 날이 더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처음으로 렌즈를 착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는 첫날 밤에 가족들과 밖으로 외출도 하고 운전도 해보았습니다.
수술 후 일부러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다 해보았습니다. 자동차 불빛, 신호등 불빛이 모두 많이 퍼져 보입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있으면 비교적 편안합니다. 초점은 전날보다 맞지만 눈물이 나서 보이는 것은 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한쪽 눈은 편하고 잘 보이는데 반대편 눈은 눈물이 많이 나고 잘 안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복속도의 차이일 뿐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편함은 대게 2일간 지속됩니다.
수술 다음날은 낮에 밝은 곳에 나가면 눈이 꽤 많이 눈부십니다. 다소 진한 색의 선글라스가 도움이 됩니다.
과거에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각막혼탁이 오기 때문에 한 겨울에 수술하신 분들도 2~3개월씩 선글라스를 착용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막혼탁을 약물로 예방하기 때문에 수술 직후 한여름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수술 결과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눈이 불편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할 뿐이죠.
수술 후 일시적인 빛번짐은 대게 3~4주 정도면 안정이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3개월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야간에 어두운 곳에서 불빛이 번져 보이는 것이며 밝은 조명 하에서 빛번짐이나 눈부심은 없습니다. 따라서 수술 후 첫 3개월은 실내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로 각막을 깎아내게 되면 각막 감각이 변하여 눈물생산이 감소됩니다. 눈물량은 라섹은 3개월, 라식은 6~12개월 정도 지나면 수술 전 상태로 정상화 됩니다. 이 기간 동안은 인공누액을 점안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수술 후 4~5일만 지나면 목표시력의 70~80%까지 도달합니다. 대게 0.7~0.9정도 보이므로 일상적인 업무에 지장은 없습니다. 이후 점차 시력이 올라가서 목표시력까지는 4~8주 정도 걸립니다. 시력 회복속도에 개인차가 있어서 3~4개월 동안 서서히 올라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시력회복 속도가 느리더라도 너무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따라서 회복과정에서 양안 시력차이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제가 환자에게 자꾸 양 쪽 눈 비교 체험하지 말자,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얘기하지만 저 또한 수술 후 계속 양쪽 눈 번갈아 가며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괜한 걱정이 들고 어제 보였던 것이 오늘 안보이면 왠지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죠.
이러한 경험들이 한마디 한마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매 진료, 수술에 최선을 다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수술 받기 전 수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